디즈니+의 첫 스타워즈 오리지널인 '만달로리안'을 봤습니다. 처음 타이틀이 발표됐을 땐 THE 만달로리안이니 당연히 원래 '스타워즈 스토리' 시리즈로 기획되다가 재활용된 보바 펫의 TV 시리즈 버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지나고 보니 보바 펫 시리즈는 따로 나오고 다른 만달로리안 얘기였습니다. '클론전쟁' 쪽이 오히려 더 연관된 내용이라고 해야할 듯 하네요.

 번쩍이는 은색 베스카 갑옷에 아기 요다라든가, 프로젝션 기술을 이용한 촬영 기법이라든가로 유명했는데 사실 이야기는 꽤 널널하고 단조롭습니다. 2시즌 동안 절반 정도는 스타워즈 세계관 투어 같은 느낌의 행성 둘러보기나 종족 만나기 같은 내용이었으니까요. 메인스토리와 별로 연관 없는 사건도 많지만 이야기의 핵심이 '만도'와 베이비 요다가 시간을 보내면서 정 드는데 있기 때문에 이런 돌아가기도 전체 구성에서는 제 역할이 있기는 했습니다.

 전개가 꼭 RPG 게임 같은 느낌으로 이뤄지는데, 극초반부에 퀘스트 맡아서 갑옷 재료를 입수한다든가 하는 부분이라거나, 당초 목적을 갖고 갔는데 조력해줄 사람이 뫄뫄 해주면 도와줄게 같은 식으로 서브퀘스트를 한다든가 하는 전개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이 행성 저 행성 다니면서 풍경구경에 종족구경 하고, 만도나 베이비 요다와 친해져서 나중에 레이드 파티[...]에 합류할 동료도 만들고 말이죠.

 포부가 소박해서 실망할 거리도 적기는 한데, 주된 불만은 액션이 너무 적거나 썰렁하다는 거네요. TV 시리즈라고는 해도 스펙타클이 너무 적고 가난하기는 했습니다. 또다른 불만은 내용 자체가 상당히 가족 친화적이고 대상 연령대도 폭이 넓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와중에 아주 가끔씩 이래도 되나 싶은 고어 연출이나 웃기려고 한 건데 좀 그로테스크 상황 같은 게 나와서 당혹스럽게 만든 부분이었네요. 개구리 알 먹는 부분에선 다들 이건 심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황량한 배경에 소수의 등장인물만으로 액션이나 전개가 이뤄지는데 배경 묘사는 프로젝션 기술로 꽤 멋지게 이뤄져서(덕분에 보바 펫처럼 허름한 갑옷이 아니라 반사가 심한 갑옷을 입고도 자연스러운 시각효과가 가능) 풍경 구경은 되지만 화려함이나 밀도는 별로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황무지이고 군중도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인데다 캐릭터 자체도 THE 만달로리안이라고 할 만큼 힘을 준데 비하면 정작 딱히 압도적인 실력자 같은 건 아니고 의외로 잘 털리는 허당인데 그런 느슨함이 '만달로리안'의 개성이기도 합니다. 디즈니로 인수되면서 시퀄 트릴로지도 시원찮게 끝났고, '스타워즈 스토리' 시리즈도 '한 솔로'로 결국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큰 야심을 갖기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쌓아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무명 캐릭터에 느린 전개를 하면서도 가끔씩 세계관이나 스토리 설정을 끌어내고, 카메오 출연으로 이후 전개될 다른 시리즈물의 기대감을 주는 게 '만달로리안'의 역할이었습니다. '만달로리안'을 통해서 '아소카'나 '북 오브 보바펫' 그 외에도 새 클론워즈라든가 두세가지 정도는 더 나올 여지를 만들어 줬습니다.

 그 와중에도 정보나 떡밥 과잉으로 주의를 어수선하게 하지 않고 등장인물과 사건을 간략화해서 부담 없게 만든 건 MCU의 피로감에 비해 편했습니다. 물론 이제 발판을 만들어 가는 입장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이미 발표됐거나 예상되는 스타워즈 시리즈만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인데, MCU처럼 의무학습을 과하게 요구해서 힘들어지진 않기를 바랍니다.

 일단 1기 스토리는 시즌2를 통해서 마무리 되었는데 시즌3가 예정되어 있긴 하지만 스토리가 크게 정리되었기 때문에 연속성을 강조한 스타일이 될지 아니면 새 테마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베이비 요다가 계속 나오긴 어려워 보이고, 정황 상으론 보바 펫이나 보 카탄과의 얘기가 더 나올 거 같긴 한데 그럼 좀 더 만달로리안들의 이야기가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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